해외 ETF 이름에 붙은 H를 보면 환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환헤지는 특정 통화 변동이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장치다. 그러나 상품 가격 자체의 손실이나 투자한 기업의 사업상 환율 위험까지 없애 주지는 않는다.
환노출 수익률은 두 수익률의 단순 합이 아니다
달러 자산이 10% 오르고 같은 기간 달러의 원화 가격이 5% 내려갔다고 하자.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비용과 세금을 제외한 원화 수익률은 1.10×0.95−1 = 4.5%다. 자산 수익률과 환율 수익률이 곱해지기 때문에 10%−5%=5%와 조금 다르다.
| 달러/원 변화 | 환노출 계산 | 원화 수익률 |
|---|---|---|
| +5% | 1.10 × 1.05 − 1 | +15.5% |
| 0% | 1.10 × 1.00 − 1 | +10.0% |
| −5% | 1.10 × 0.95 − 1 | +4.5% |
완벽한 헤지를 비용 없이 지속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세 경우의 자산 성과를 10%에 가깝게 맞추려는 것이 헤지의 취지다. 실제 상품에는 헤지 비율 변화, 계약 갱신, 거래 비용 등이 있어 정확히 10%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헤지 비용은 보수처럼 고정된 숫자가 아니다
통화 선도계약 등을 이용한 헤지의 경제적 효과에는 두 통화의 금리 차이와 거래 조건이 반영된다. 어느 통화를 기준으로 무엇을 헤지하는지에 따라 비용 또는 수익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환헤지는 항상 연 몇 %를 낸다’고 고정해서 보면 금리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상품 설명서에서 목표 헤지 비율과 조정 주기를 확인하자. 자산 가격이 크게 변하거나 현금 유입·유출이 있으면 실제 헤지 대상 금액도 달라진다. H라는 글자보다 어떤 통화를 어느 정도 헤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원화로 거래한다고 원화 자산은 아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사고파는 ETF라도 해외 주식과 달러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달러로 거래하는 상품이 다른 통화의 자산을 헤지하는 구조일 수도 있다. 거래 통화, 기초자산 통화, 헤지 기준 통화를 구분해야 한다.
또 ETF가 달러/원 환율을 헤지해도 편입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나 해외 매출 환산 영향은 기업 이익과 주가에 남는다. 투자금의 통화 환산 효과를 줄이는 것과 기업 경영에 들어 있는 환율 영향을 제거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둘 중 무엇이 좋은지 묻기 전에
환율 방향을 맞히는 선택만으로 접근하면 헤지가 또 하나의 베팅이 되기 쉽다. 앞으로 쓸 돈의 통화, 보유 기간, 다른 달러 자산의 규모를 먼저 적어 보자. 원화 지출을 앞두고 있는지, 해외 지출을 준비하는지에 따라 줄이고 싶은 위험이 다르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헤지형과 비헤지형을 비교할 때는 분배금, 비용, 기준일을 맞추고 두 성과의 차이를 환율 하나로 전부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고르는 것이, 이름의 H만 보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