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의 재고가 늘었다는 소식을 보면 수요가 나빠졌다는 해석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원재료를 미리 확보한 것인지, 생산 중인 제품이 늘어난 것인지, 완제품이 팔리지 않은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재고 총액은 질문의 시작점이지 답은 아니다.
매출 규모가 다른 회사를 재고 금액으로 비교하지 않기
사업이 커지면 필요한 재고도 늘 수 있다. 이를 함께 살펴보는 방법 중 하나가 재고일수다. 단순한 계산은 평균 재고를 해당 기간의 매출원가로 나눈 뒤 기간 일수를 곱한다. 재고는 보통 원가로 평가하므로 이 계산에서는 매출액보다 매출원가와 대응시키는 것이 자연스럽다.
| 항목 | A 기업 | B 기업 |
|---|---|---|
| 평균 재고 | 300 | 300 |
| 분기 매출원가 | 900 | 600 |
| 재고일수 | 30일 | 45일 |
평균 재고는 기초와 기말 잔액의 평균으로 간단히 계산할 수 있지만, 분기 중 변동이 크면 더 잦은 시점의 평균과 차이가 생긴다. 회사가 발표한 재고일수가 이 계산과 다르면 먼저 정의를 확인한다. 분기 원가에 365일을 곱하는 식으로 기간을 섞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원재료·재공품·완제품을 나눠 보기
원재료는 생산에 투입할 준비, 재공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품, 완제품은 판매 가능한 재고에 가깝다. 신공정 전환이나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공품이 늘었다면, 기존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완제품이 쌓인 경우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라는 이름도 너무 넓다. 메모리 제조사, 파운드리, 팹리스, 장비 업체는 생산 기간과 사업 구조가 다르다. 업종 평균 하나보다 같은 회사의 과거 흐름과 유사한 사업 모델을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범용 제품과 고객 맞춤 제품도 재고의 재판매 가능성이 다를 수 있다.
금액이 줄었다고 물량까지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재고 장부금액에는 평가가 반영된다. IFRS의 IAS 2는 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값으로 재고를 측정하도록 설명한다. 적용 회계 기준에 따라 세부 처리는 다르지만, 평가손실 때문에 금액이 줄었다면 실제 판매로 물량을 소진한 것과 의미가 다르다.
제품 구성과 원가도 영향을 준다. 더 비싼 제품 비중이 늘면 물량이 같아도 금액이 커질 수 있고, 단위원가가 낮아지면 반대가 가능하다. 재고 감소를 수요 회복이라고 쓰기 전에 평가 조정과 제품 구성을 확인해야 한다.
다음 분기에 검증할 연결 고리
회사가 신제품 준비로 재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면 이후 출하와 매출총이익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다. 수요 부진이라면 가동률, 가격, 주문 취소 여부에 대한 설명이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고객사의 재고와 제조사의 재고는 별도라는 점도 기억해 두자.
재고일수가 하루 늘었다는 사실보다 증가 원인이 무엇이고 언제 매출과 현금으로 바뀔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공개 자료가 부족하면 특정 원인을 확정하기보다 ‘완제품 구성 확인 필요’처럼 확인할 항목을 남겨 두는 편이 낫다.